서울재발견 Seoul Discove:RE

강남의 재발견

사람과 함께 만나는 서울

강남에서 발견한 시간의 힘, 오래된 가게들의 가치 


The Value of Historical Stores - OraeGage


" 팬데믹은 유일무이한 강남 풍경을 바꿔놓았다. 숱한 건물과 매장이 기억 속으로 사라졌지만 이내 새로운 사람들과 이야기가 거리를 채운다. 

그렇게 쌓인 시간은 단조로운 풍경에 색을 입혀 묵직한 서사를 완성한다. 강남역에서 출발해 신사와 가로수길로 이어지는 익숙한 길, 시선을 달리하자 흥미로운 발견이 시작됐다."


서울 강남의 오래가게, SEOUL OraeGage in Gangnam


‘최고’는 금방 교체될 수도 있지만, ‘역사’와 ‘경험’ 앞에서는 신출내기가 고참을 이길 재간이 없다. 그저 묵묵히 이십 년, 삽십 년을 하루같이 성실하게 보낸 이들에게 갈채를 보낸다. 서울시가 5년째 발굴하고 있는 ‘오래가게’가 그런 곳들이다.


서울시는 이번에 우리가 강남이라고 부르는 서울의 동남권에서 오래가게를 발굴하여 선정했다. 높고 복잡한 빌딩 숲 사이에 숨겨진 오래된 보물을 발견하는 기분으로, 하나씩 하나씩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내고 전달하려고 준비한다. 어떤 가게들이 선정되었는지 그 궁금증을 우선 최경주 서울시 관광체육국장과 함께 나누어 보았다. 


안녕하세요? 국장님! 서울시의 관광체육국을 맡고 계신다고 들었는데 소개 좀 부탁드릴게요.


관광체육국장 최경주입니다. 태어난 곳은 서울이 아니지만 서울을 위해 오랫동안 일하다 보니 이 도시에 대한 애정이 누구보다도 많아졌습니다. 서울 곳곳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고 자부는 하고 있습니다만(웃음)…. 성심껏 답변해 드리겠습니다.


30년 이상 된 오래된 가게를 발굴하는 서울시 프로젝트인 '오래가게'에 대해서 시민들의 호감이 높습니다. 이 프로젝트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해 주세요. 


‘오래가게’는 2017년부터 시작된 사업이에요. 서울의 오래된, 그리고 오래가길 바라는 가게들을 선정하여 ‘오래가게’라는 브랜드로 묶어 홍보하고 있습니다. 가게를 발굴하는데 상상하시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요. 매년 구역을 나누어 촘촘하게 들여다보면서 하나하나 발굴하고 있습니다. 2017년부터 2020년까지 4년간 발굴된 리스트 중 현재 운영중인 가게들은 총 105개이고, 2020년 동북권에 이어 2021년엔 흔히 우리가 강남이라고 부르는 동남권을 발굴을 했습니다. 올해 선정된 동남권 리스트 13개를 최종 추가하면 어느덧 오래가게 리스트가 118개가 되겠네요. 



올해 동남권에서 오래가게를 발굴했다고 하셨는데, 동남권, 강남이라고 하면 저는 제일 먼저 강남구와 서초구가 떠오르거든요. 오래가게 동남권의 범위가 어떻게 되나요?


일반적으로 '강남'의 범위에 대한 의견들이 분분합니다. 최근 강남 3구, 강남 4구라는 표현을 많이 쓰는데 전자는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후자는 강동구까지 포함한 것이죠. 

길지 않은 역사를 돌아보면, 우리가 '강남'이라는 지명을 공식적으로 사용한 것은 1975년 행정적으로 '강남구'가 생기면서부터입니다. 1979년 강남구에서 강동구가 분리되었고, 올림픽이 열렸던 1988년 강동구에서 송파구가 분리 신설, 강남구에서 서초구가 분리 신설되었어요. 결국, 최초의 강남구가 네 개의 구로 분리된 것이니 정확히 말하면 현재의 '강남 4구'가 과거 '강남구'의 범위라고 보면 맞습니다. 오래가게 강남권은 이보다는 좀 더 확대된 개념입니다. 강남을 한강 이남 그러니까 강남, 서초, 송파, 강동구의 강남 4구 이외에 구로구, 동작구 등을 포함했습니다.

그렇군요. 최종 선발된 동남권 지역 13개의 리스트가 궁금합니다. 생각보다 숫자가 적네요.

 

그렇죠? ‘오래가게’ 선발 과정이 꽤 까다롭기 때문인데요. 무조건 오래되었다고 되는 것은 아니고요. 30년 이상 이어가는 곳, 2대 이상 대를 잇는 곳, 명인과 장인이 기술의 가치를 이어가는 곳 등의 우선 선정 기준이 있습니다. 


이번에 동남권에서 최종 선발된 곳 최종 13개소를 공개할게요. 먼저, 강남구에서는 50년 넘은 장인이 만드는 과자집 만나당, 은마상가의 터줏대감인 만나분식, 강남역의 오래된 식당 모퉁이집, 수제 도장집 상신당, 가로수길의 보석세공 전문점 젬브로스가 선정되었고요. 서초구에서는 무형문화재 28호 악기장의 국악기점인 동양국악기제작소, 제지사 두성종이, 2대째 대를 잇는 쌀과자집 서우제과, 서래마을의 한복집 이화명주, 예술의 전당 부근의 현악기점 힐스트링이 선정되었습니다. 송파구에서는 신천 새마을 시장 내의 명가떡집이, 구로구에서는 수제 턴테이블을 제작하는 진선오디오가, 동작구에서는 구반포 명물인 애플하우스가 각각 선정되었습니다. 

< 오래가게 만나분식과 떡볶이 >
< 오래가게 만나분식과 떡볶이 >

애플하우스는 에디터도 자주 갔던 곳인데 구반포 재개발로 없어지는 줄 알고 서운했거든요. 다행히 자리를 옮겨 계속하시는군요!


네, 애플하우스는 특히 많은 사람이 언급하더군요. 빨갛게 무쳐 나오는 무침 만두가 아주 인상적인 곳이죠. 다행히 이전 계획을 이미 오래전부터 공지해 두고 계셨어요. 멀지 않은 이수역 부근으로 잘 이전하셨단 소식을 들었고요, 없어지지 않아 단골들이 안심하는 것 같았습니다.

 

< 오래가게 진선오디오와 턴테이블 >
< 오래가게 진선오디오와 턴테이블 >

각각의 ‘오래가게’가 다 다르겠지만, 공통점이 있을까요?


‘오래가게’는 먼저 언급한 애플 하우스처럼 많은 이들의 추억이 담긴, 스토리가 담긴 곳들을 찾아내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최고의 맛은 어쩌면 금방 흉내 내거나 따라잡을 수 있지만 오랜 세월이 쌓인 추억의 시간은 결코 따라잡을 수 없는 무형의 자산이기 때문입니다. 스스로가 그 자산이 어마어마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그 철학과 정신을 계승하려고 노력하는 점주들과 함께 하려고 합니다. 그 점이 매우 중요합니다. 저희는 단지 ‘오래가게’를 발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여행 코스로 개발해 외국인들에게 소개하는 것까지 계획하고 있거든요. 점주 스스로 자부심을 가지고 당당히 소개할 수 있어야 합니다. 

< 오래가게 이화명주와 한복 >
< 오래가게 이화명주와 한복 >

2021년도 신규 동남권 오래가게 

끝으로, 국장님이 제일 좋아하는 서울의 모습이 무엇일지 궁금합니다.

 

저는 서울의 모습 중 ‘올드밋뉴(Old meets New)’를 꼽고 싶어요. 

새로운 것과 오래된 것들의 대비가 극명하면서도 조화롭거든요. 지구상의 어느 도시보다도 서울이 아름답다고 생각해요. 전통시장에 가서 들기름을 사고 도넛을 먹고 지방 여행 온 것처럼 거닐다가도 그곳을 빠져나오면 금방 빌딩 속 안 첨단 미디어아트를 감상 할 수도 있는 곳이 서울입니다. 요즘 떠오르는 용산의 해방촌 신흥시장을 가보시면 서울에 이런 곳도 있나 놀라실거예요. 같은 용산인데 BTS의 소속사 하이브엔터테인먼트가 새롭게 둥지를 틀고 갤러리를 운영하는 바로 옆에는 아직도 땡땡 소리가 들리는 오래된 철길이 있습니다. 아, BTS는 을지로 오래가게 중 하나인 을지다방에서 레트로를 주제로 촬영도 했었죠. 새것과 오래된 것의 조화, 이것이 서울입니다. 


서울 속 보물찾기 같은 느낌이네요. 요즘 서울이 진짜 대세인것 같아요. 코로나가 끝나면 더 많은 외국인들이 서울로 몰려올텐데, 오래가게를 포함한 여행코스가 인기만점일 것 같습니다. 저도 해보고 싶으니까요. 오늘 국장님과의 대화 즐거웠습니다.


최경주 서울시 관광체육국장


interview by  PROJECT39 & Move Magazine

in Partnership with Tripadvis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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